프롤로그: 에곤 쉴레의 도시 다섯 밤과 낮


계절에 따라 바람의 결과 하늘의 빛의 미묘한 차이에도 동하는 나였지만 그보다는 부족한 잠을 먼저 채우는 것이 우선이었고 노트 귀퉁이에는 '돌파구', '탈출'과 같은 단어를 무의식적으로 적어내려가던 시기었다. 여느 날처러럼 푸르고 캄캄한 하늘을 보며 출퇴근을 반복하던 어느 날 잠든지 얼마 안된 새벽 서너시쯤 불현듯 깨서는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휴대폰을 쥐어 검색을 시작했다.

Egon Schiel.

구글의 이미지를 통해 그의 그림을 보다가 Leopold Museum이라는 장소가 눈에 들어왔고 이윽고 Wien, 우리에게는 비엔나로 익숙한 그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로 시간이 날 때마다 레오폴드 미술관을 검색하고 에곤쉴레의 그림을 찾아 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새벽녘, 처음 그랬던 것처럼 가장 저렴한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고 바로 에어비앤비 숙소까지 결제를 마쳤다. 
떠나기 전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래서 잠시 좋지 않은 마음을 먹기도 했다. 그러지 않기 위해 오로지 그림에 집중하는 여행으로 컨셉을 잡았다. 일주일동안 비엔나에서만 머물기. 

어렵게 휴가 결재를 받고나서 (결재 안해줘도 가야하는 상황이었지만) 회사 PC 배경화면으로 해놨던 레오폴드 미술관의 창문 앞 전경. 그곳에 닿기 전까지 저 장소에 서 있을 나를 상상하며 버티고 버텨온 나날들이 그곳에서 보낸 일주일이 꿈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아득하기만하다. 

북유럽을 거쳐 도착한 비엔나. 날이 밝자마자 두근 반 세근 반 콩닥거리며 티켓을 끊고 미술관에 들어섰을 때의 그 떨림. 그리고 꿈에 그리던 장소에 섰을 때의 황홀감. 비엔나를 떠나기 전 날 마지막 장소이자 가장 오래 머문 장소. 종종 꿈에서도 나오는 이곳. 다시 갈 수 있겠지. 또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또 견디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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